서울의 초겨울은 차가웠지만,
서울식물원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문을 열자마자 밀려드는 따뜻한 습기와 은은한 꽃향기가 마치 다른 계절로 건너온 듯했다. 그곳에는 ‘겨울’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생기가 가득했고, 전시 제목처럼 온실 안은 하나의 살아있는 정원,
<윈터 가든>으로 피어 있었다. ☞
[관련 기사] 한 해의 끝, 식물이 전하는 위로…서울식물원 '안아주는 식물원'이번 전시는
11월 11일부터 2026년 1월 25일까지 열리며, 서울식물원 온실 속 두 개의 테마관 열대관과 지중해관에서 각기 다른 겨울의 풍경을 보여준다.
먼저 ‘난(蘭)’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진
열대관의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내 시선을 붙든 건 ‘춤추는 여인 난초’ 온시디움이었다. 금빛 꽃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정말로 춤을 추는 듯했고, 그 옆에는 ‘난초의 여왕’이라 불리는 카틀레야가 고귀한 자태로 피어 있었다. 그 향은 짙고도 우아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반다, 덴드로비움, 온시디움…
이름도 낯설고 신비로운 난초들이 각자의 매력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특히
해외에서 들여온 20여 품종의 난초들은 빛을 받아 반짝이며, 온실 전체를 하나의 열대 정원으로 만들어주었다. 전시장 곳곳에는 난초로 장식된 조형물과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 앞에 서면 마치 꿈속의 정원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은 건, 이번
전시에 함께 참여한 최성임 작가의 식물 예술 작품이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자연에 대한 경외가 난초와 어우러져, 온실의 한켠을 예술적 공간으로 완성시켰다. 꽃과 조형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살아있는 식물이 예술 작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중해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주인공인
포인세티아가 반겨주었다. 붉은 잎과 초록 잎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크리스마스의 전령 같았다. ‘겨울의 축복’이라는 주제답게, 분수 주변에는 반짝이는 조명이 포근하게 어우러졌고, 9품종의 포인세티아가 각자의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빨간 ‘플레임’, 분홍빛 ‘하이디핑크’, 복숭아색의 ‘카니발’, 눈처럼 하얀 ‘스노우볼’까지, 각기 다른 빛깔이 모여 겨울의 정원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이 꽃들은 겨울을 견디며 피어난 희망의 빛처럼 느껴졌다. 특히, 국산 품종의 포인세티아가 이렇게 다양하고 세련된 색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서울식물원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번 전시는 단순한 식물 전시를 넘어, 우리 기술과 감성이 만들어낸 ‘겨울 예찬’이었다.
온실을 나서며 다시 한 번 뒤돌아보았다. 차가운 겨울의 바람은 여전했지만, 마음 한켠이 따뜻했다.<윈터 가든>은 꽃을 보는 전시가 아니라, ‘겨울에도 피어나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꽃처럼 피어난 위로를 받았다.